이성민, 2021
3채널, DCP, 실험 도큐멘터리, 21min
재건축을 앞둔 개포주공아파트에서 사라지게 될 공간과 나무에 대한 사람들의 기억을 모으는 <개포동 그곳> 프로젝트 진행했다.
사람들을 다시 오게 하여 그곳을 다시 ‘보고’, ‘말하며’, ‘부르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머물던 공간을 새롭게 볼 수 있기를 바랐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도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단지 기억하고, 기록하는 것뿐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2년 동안 진행 과정을 공유하다 보니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이게 되었고, 함께 의견을 나누다 보니, 나무를 보존할 방법까지 모색할 수 있게 되었다.
재건축 단지 내 공원 예정지에 오랫동안 살고 있던 메타세쿼이아들을 보존하려 했던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하였다. 결국, 나무들은 보존되지 못했다. 하지만 베어진 나무들과 그루터기를 서울 숲 공원으로 옮겨 기념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머물던 공간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와 같은 생태계, 보이지 않는 기억도 함께 존재한다. 나무들이 그냥 베어지고 만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과 관심과 노력으로 오랫동안 그곳에 있었으며, 어쩌면 계속 살아갈 수도 있었음을, 마지막까지 살아있었던 공원 예정지의 나무들을 통해 기억한다.
아파트에서 살아 온 사람, 나무, 집의 시간은 달랐다. 하지만 우리는 세 개의 시간을 통해 그곳을 기억한다. 다큐멘터리를 3채널 영상으로 재구성하여, 전체와 부분을 함께 보고, 장면들의 결합과 분리를 통해 기억의 인상을 확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