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집과 건물, 도시를 짓기 위해 필요한 자재들은 오랜 시간을 거쳐 발전되어 왔다. 가장 오래된 재료인 시멘트, 벽돌, 콘크리트, 나무부터 가장 짧은 역사를 지닌 플라스틱까지, 건축자재의 변천사는 다양한 물질과 유형으로 개발, 가공, 생산되는 산업화의 과정을 거쳤다. <건축자재산업 네트워크>는 19~20세기를 중심으로 형성된 인간이 개발한 재료와 건축환경이 어떻게 기후위기 논점과 연결되어 있는지 살펴본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건축자재는 대부분 대량생산과 표준화가 이루어진 20세기 동안 그 틀이 완성되었다. ‘건축자재산업지도’는 콘크리트, 철, 유리 등을 포함하는 대표적 건축재료와 관련 자재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살펴보고, 재료별 주요 물질, 제품, 자재, 사건, 건축물을 나열하여 자재 산업의 연결망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제작되었다. 재료별로 다른 발전의 속도와 시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물질과 사건을 짚어본다.
콘크리트의 원료인 시멘트를 만들기 위해 원료를 가열시킨 후 냉각하여 다시 분쇄하는 공정이 19세기 초반에 개발되었고 여전히 이 방법으로 제조되어 오고 있다. 1824년에 개발된 ‘포틀랜드 시멘트’(Portland cement)는 과거 고대 이집트나 로마 시대에 사용되던 점토, 석회 가루, 화산재, 자갈을 섞어 반죽, 타설 하는 방법과는 다르게, 원료를 모두 분쇄하여 열에 가열시킨 후 냉각하여 얻는 ‘클링커’(clinker)라는 자갈로 만들어진다. 이 덩어리는 태운 재가 뭉쳐서 굳은 형태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자갈을 다시 석고와 배합해 미세한 가루로 분쇄하면 포틀랜드 시멘트가 완성된다. 모든 시멘트류의 믹스 - 콘크리트, 모르타르(mortar), 스투코(stucco) – 에 들어가는 재료로 근대적 기계와 과학적 원리를 적용한 생산공정이라고 볼 수 있다.
현재의 철강 산업은 19세기 후반 베세머(H. Bessemer)에 의해 개발된 ‘전로법’에 의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베세머는 기존의 선철이 높은 탄소함유량과 불순물로 인해 강도가 약하고 부러지기 쉬운 단점을 기계와 공정을 통해 해결하려 하였다. 정련의 과정에서 회전이 되는 큰 항아리 모양의 제강로에 선철을 가열하고 공기를 주입해 위로 뚫린 구멍으로 탄소를 제거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탄소가 일정한 함유량으로 감소한 강철을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었으며, 베세머의 원리와 공정을 지속해서 보완, 발전시킴으로써 오늘의 강철자재가 생산될 수 있었다. 베세머 공정 이후 지멘스-마르탱의 평로, 토마스의 염기성 제강법 등의 공정기술이 이어지면서 본격적으로 철강 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한다.
시멘트나 철, 유리보다 알루미늄은 광석의 발견도 늦었고 광석을 제련하는 방법을 발견하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렸다. 철광석을 녹여서 분리해낼 수 있는 철과 달리 알루미늄을 함유한 광석 보크사이트(Bauxite)는 여러 화합물이 단단히 결합하여 쉽게 분리를 해낼 수 없었다. 덕분에 알루미늄은 당시 재료 중에 가장 희귀하고 비싼 재료 중 하나였으며, 1888년 홀-에루(Hall-Heroult) 공정의 개발을 시점으로 추출과 제조가 가능해졌다. 이 공정은 알루미늄 광석을 녹인 상태에서 특수용기와 장치, 그리고 전기에너지를 이용해 분리해내는 방법이다. 전력을 사용하는 특성 때문에 전력의 가격이 어느 정도 내려간 후에 더욱 용이해졌으며 1910년 첫 제조공장, 1차 대전의 전투기와 기기에 사용이 되면서 서서히 가격도 하락하였고 보급화 될 수 있었다.
유리 제조의 발전은 크게 두 부분의 기술에 대한 개발이 관건이었다. 첫 번째는 유리를 용해하는 것(고체 상태의 모래, 석회석, 소다회 등의 원료를 섞어 고온에 가열하는 것), 두 번째는 녹은 유리를 식히는 과정에서 원하는 형태로 다루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녹인 유리를 막대에 감아 일일이 수작업으로 불어 형태를 굳혀 만든 유리의 제조는 19세기 중반 효율적이고 용이한 용해로가 개발되면서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또한 녹여 만든 유리를 좀 더 크게 불어 양 끝을 잘라낸 후 판판하게 펴서 더 큰 판유리를 생산하는 기술도 개발되었다. 1950년대 알라스테어 필킹턴(A. Pilkington)에 의해 개발된 플로트 유리(float glass) 공법은 기존의 판유리가 가지고 있었던 유리 표면의 불규칙함을 해소하고 일정한 두께의 유리를 대량으로 제조를 가능하게 하였고 이로써 다양한 두께와 사양을 가진 유리가 제조되기 시작했다.
건축에 나무를 사용하는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지만 나무를 절단, 가공하여 목재로 사용하는 것은 산업혁명 이후 기계톱이 도입된 이후부터였다. 1830년대에 개발된 발룬프레임(Balloon frame) - 경량목구조는 나무를 일정한 규격에 맞게 잘라서 철로 만든 못으로 연결하면 가능한 구조로서, 숙련된 목공만이 다룰 수 있는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공사시간을 단축시켰다. 이후 오랜 시간 동안 나무에서 필요한 목재를 절단, 가공하여 사용하는 방법이 지속되었다. 하지만 나무의 특성상 필요한 원목재를 잘라내면 남는 잔여물과 이를 어떻게 효율적인 방법으로 사용할지에 대한 고민이 커지기 시작했다. 1900년대 초반부터 나무를 얇게 잘라 수직으로 겹치는 합판, 그리고 잔여톱밥을 이용해 판재로 만드는 파티클보드, 파이버보드가 차례로 발전되었는데, 접착제가 합성수지로 대체되는 플라스틱의 등장이 큰 기여를 했다.
오늘 우리가 부르는 플라스틱은 석유를 원료로 제조되는 합성폴리머로 만들어진다. 20세기 초반 개발된 베이클라이트(Bakelite)를 필두로 193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개발된 플라스틱은 2차 대전이라는 거대한 실험장을 거쳐 1950년대부터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재료로써 플라스틱은 고체의 사물부터 여러 재료를 혼합, 부착 가능하게 만드는 접착제, 습도나 오염, 화염으로부터 보호하도록 씌우는 코팅제, 원료에 섞어 들어가서 천연재료의 추가기능을 강화시키는 결합제 등 광범위한 변용이 가능하다. 원료만 확보하면 싸고 많은 양으로 쉽게 제조 가능하여 20세기 대량생산에 최적화된 물질 중 하나이며, 일상의 사물부터 건축자재까지 아우르는 확장성을 띤다.
1912년에 특허가 등록되었지만 상업화가 되기 시작한 시점은 1927년 미국 타이어 회사인 BFGoodrich에 의해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딱딱한 경질로도, 부드러운 연질로도 가공 가능하고 절연성이 우수하여 고무 대체제, 특히 메탈파이프를 대체하여 배수, 배관재료로 빠르게 보급되었다. 건축에 가장 많이 쓰이는 플라스틱 중 하나이다.
1931년 독일의 이게 파르벤(IG Farben)이 제조하기 시작하였으며 아크릴류 수지가 개발되기 이전까지 가장 투명도가 높은 플라스틱이었다. 일회용 식기도구, 투명 CD 케이스, 요거트 용기, 액자 등 다양한 일상용품으로 생산된다. 1941년 미국의 화학회사 다우(Dow)사가 폴리스티렌에 공기를 주입해 팽창시킨 압출폴리스티렌(XPS)를 생산하면서 스티로폼이 생산되기 시작하였다.
에틸렌을 결합한 고분자형을 가리키며 1933년 우연히 발견되어 본격적인 생산은 1939년경부터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의 생산으로 시작되었다. 원료인 에틸렌을 합성하는 과정에서 압력을 얼마나 가하는가에 따라서 저밀도(LDPE), 중밀도(MDPE), 고밀도(HDPE)로 나눠지며 밀도는 강도와 관련이 있다.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플라스틱 중 하나이다. 비닐봉지, 플라스틱 랩, 화장품 용기, 포장재, 음료수병, 편의점 의자, 투습장수지, 파이프 등으로 쓰인다.
1935년 나일론을 발명한 월래스 캐러더즈(Wallace Carothers)는 폴리에스테르를 연구 중이었지만 나일론에 집중을 하면서 연구가 미루어진 것을 윈필드(Whinfield)와 딕슨(Dickson)이 이어서 연구 개발하여 PET 란 명칭으로 특허를 출시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페트병은 PET 원료로 만든 페트 수지이고 PET의 섬유형이 우리가 지칭하는 폴리에스테르 섬유이다. 1950년대에 들어서 듀폰(Dupont)사가 폴리에스테류의 또 따른 섬유 다크론(Dacron)과 필름 마일러(Mylar)를 출시하면서 대중화되었다.
범용 플라스틱 중 가장 늦게 개발이 되었다. 1957년 이후부터 대량생산이 되었으며 섬유의 형태부터 필름, 고형물까지 광범위한 형태로 사용된다. 플라스틱류 중 강도가 우수하고 열에 강해 쉽게 변형되거나 부서지지 않는다. 배달용기부터 시작해서 밧줄, 장난감, 음료수병의 뚜껑, 마대, 운반상자, 크레이트, 가구 등 다양한 용도로 쓰인다.
우리가 알고 있는 나일론은 미국의 듀폰(DuPont)사에 의해 개발, 생산된 최초의 합성섬유이고 폴리아미드 계열에 속한다. 1938년 나일론으로 제조한 최초의 생산품인 칫솔로 시작하여 1939년 세계박람회에서 나일론 스타킹이 처음 선보였다. 2차 세계대전(1939-1945)동안 낙하산의 천, 줄 등 군수용품에 유용하게 사용된 후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다. 섬유의 형태 이외에도 고체, 파우더, 접착제 등으로 변형하고 용융하여 필름, 커버막으로도 사용된다.
실리콘, 혹은 규소수지는 1899년부터 1930년대까지 영국출신의 과학자 키핑(F. Kipping)에 의해 연구되었지만 2차 대전 이후까지 생산되지 못 했다. 1940년 초반 미국의 유리회사인 코닝(Corning)사가 유리의 대체재를 찾다가 실리콘의 잠재성을 보고 화학기업다우(Dow)사와 합작하여 1943년 다시 연구를 시작하였다. 2차 대전 전투기의 윤활유로 사용되다가 전쟁 이후 1945년 E Warrick이 실리콘 고무를 개발, 생산하면서 보급되었다.
1930년대에 들어서 집중적으로 개발된 플라스틱은 2차 대전이라는 거대한 실험공간을 거쳐 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20세기 중, 후반부터 플라스틱의 생산량은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하였는데 다양한 유형의 플라스틱 생산이 용이해졌고 일회용품, 포장, 의료, 전기, 건축 등 이들을 적용하는 분야와 산업이 확장된 것과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