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만 기다려주세요
모든 것일 수도
아무것도 아닐 수도:
짓는 집, 부수는 집

테크캡슐, 2021

3D 공간 정보, 항공사진, 2채널 비디오, 10분28초

  • 작품 설명

    3D 스캐너를 통해 집을 정보화하고 그 정보를 재구성해 또 다른 시간 속의 집을 만든다. 오래전 살던 집의 문을 열고 바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지만 데이터 속의 집은 존재하지 않는 시간의 틈 속에 유령처럼 떠다닌다. 집은 지어지고 쓰이고 부서진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사물들이 배출된다. 그리고 이 과정을 통해 집에 대한 기억은 재배열 되고 가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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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때 거기에 집이 있었다.

    기록의 매체들을 통해 장소의 재경험을 이끄는 시도들은 언제나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특히 그 장소가 없어졌을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여기 우리 도시에서 40여년간 살아왔던 - 지금은 사라진 - 집이 있다.  기억 속에 있는 그 집이 분명한데 좀 더 들여다보면 이상하다. 무수히 많은 점들의 집합이다. 3D 스캐너로 획득한 공간 좌표 정보들인 것이다. 찰나의 시간에 수많은 레이저 빔을 대상에 투사하고 그것이 보내는 신호들은 우리의 망막에 빛으로 맺혀 그 때 그 집으로 환생한다. 어찌 보자면 그 정보의 흔적은 실제 그 집의 포착된 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이 정보들은 세상 어디에도 물질적 흔적을 남기지 않고, 그저 흐릿하게 우리의 시각 체계 안에 존재한다. 과연 우리가 보는, 우리가 기억하는, 집은 실체인가? 허상인가?

    누군가의 기억과 추억 속의 아련한 이야기 안에 있는 집의 존재를 아주 가깝게 그리고 아주 멀게 교차하며 조망해본다. 거대 도시의 급격한 변화와 분주한 시간들은, 반듯한 아파트 블록과 아름드리 나무들은, 집을 이루는 무수한 재료와 사물들과 함께 우리 기억 안에서 부유한다. 콘크리트와, 플라스틱과, 유리와, 알루미늄과, 그리고 그 안을 비집고 생동했던 나무와, 풀과, 새와, 바람과, 우리는 어떤 상호작용을 하면서 살아왔을까? 우리가 무심했던 물질의 낯설음을 경험하고 공간을 점유하고 있는 물질적 실체들을 온전히 마주하길 기대한다.

    그것은, 모든 것일 수도 아무것도 아닐 수도.